서울행정법원 2022. 11. 2. 선고 2022구단53597 판결
출국명령 취소판결이 확정된 난민신청자에게 출입국청이 불법취업 이력을 이유로 G-1-5 체류자격 변경을 불허했습니다. 법원은 종전 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위반 경위와 난민신청의 성격, 체류불허의 효과를 심사하여 새 불허처분을 취소했습니다.
1. 주요 쟁점
가. 종전 취소판결의 기속 범위
신청인은 종전 출국명령 소송에서 이미 심리된 불법취업 활동을 다시 근거로 체류를 불허한 것이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출국명령과 체류자격 변경불허가 요건·목적·효과를 달리하는 별개의 처분이라고 보았습니다. 두 처분의 사유가 실질적으로 같더라도 출국명령이 취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후속 체류불허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무효확인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취소청구에서 새 불허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했습니다.
나. 체류불허의 비례원칙 위반
불허 통지에는 ‘체류자격 변경허가 요건 미충족’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신청인이 두 차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출입국청은 취업할 수 없는 B-1 자격으로 입국하여 마사지 업소에서 불법취업을 하는 등 체류실태가 양호하지 않다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혔습니다. 법원은 체류허가에 관한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그 취업 이력에서 사회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를 인정할 수 있는지, 체류를 거부하여 얻는 공익이 신청인의 불이익보다 큰지를 심사했습니다.
신청인은 성매매 업소인지 모르고 취업했다가 업주의 강요와 감금으로 원치 않는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근무 사실과 성매매가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신청인에게 G-1 체류를 허용하지 않아야 할 정도의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종전 출국명령 소송에서도 이 근무 경위가 고려되었고, 후속 소송에서 평가를 달리할 근거나 새로운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체류기간을 넘긴 뒤 난민신청을 했다는 사실도 제도 남용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신청인은 업주에게 여권을 압수당했다가 업소를 탈출한 뒤 신청했다고 진술했으므로, 신청 지연을 단순히 체류기간을 늘리려는 행동으로 평가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최초 신청이었고, 강제결혼을 거절한 뒤 가족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했다는 박해 주장은 난민인정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체류기한을 넘겨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난민제도를 남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체류불허의 실효성도 제한적이었습니다. 난민불인정처분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법원은 G-1을 불허해도 난민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출국기한 유예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자격을 부여하지 않으면 출국을 실현하는 효과는 얻기 어려운 반면, 신청인은 체류자격 없이 불안정한 지위에 머물게 됩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난민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공익은 취업허가 신청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안이 있는데도 체류자격 자체를 거부한 조치는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2. 시사점
출국명령 취소판결이 후속 G-1 불허처분을 구속하지 않더라도, 앞선 재판에서 검토한 근무 경위와 평가는 새 불허처분을 다툴 근거가 됩니다. 불법취업에 이르게 된 강요 등의 경위가 앞선 재판에서 고려되었는데도 후속 처분이 취업 이력만으로 사회질서 침해 우려를 인정했다면, 그 평가에서 빠진 사정을 지적하여 처분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후 새로운 위반이나 증거가 나타난 사건에서는 그 내용이 종전의 위험성 평가를 바꿀 정도인지도 다툴 수 있습니다.
G-1을 불허받고 난민소송 동안 출국기한 유예만 받고 있는 사건에서는, 유예가 계속된다는 이유로 체류자격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신청이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고 소송 종결 전 출국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 판결을 근거로 체류불허가 달성할 공익을 따져 그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허사유가 취업 목적의 제도 남용에 관한 것이라면, 취업허가 심사로 그 우려에 대응할 수 있는데도 체류자격을 거부할 필요가 있는지를 다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