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6. 8. 13. 선고 2025구단53041 판결
한국인 배우자와 약 13년간 별거한 외국인의 F-6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출입국청이 ‘혼인의 진정성 없음’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부부공동생활이 끝나 F-6-1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면서도, 혼인단절에 따른 F-6-3 요건까지 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률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F-6-3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는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지 않다는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처분을 취소했습니다.
1. 주요 쟁점
가. 이혼 전 혼인단절에 따른 체류자격
F-6-1의 ‘국민의 배우자’ 요건에 관하여 법원이 살핀 것은 연장불허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는지였습니다. 장기간 별거한 부부는 공동재산을 형성·유지하지 않았고 연락도 거의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배우자는 신원보증을 철회한 뒤 다시 보증하지 않았으며, 동거할 의사가 없고 이혼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청인이 보낸 돈도 자녀 양육비를 넘는 부양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관계가 정상적인 혼인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혼인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은 이 판단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F-6에는 국민의 배우자로서 공동생활을 유지하는 경우 외에, 혼인 후 국내에 체류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위한 F-6-3 자격이 있습니다. 신청인도 이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혼인이 단절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다음, 그 단절의 책임과 F-6-3의 적용 가능성을 판단해야 했습니다.
출입국청은 신청인이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므로 F-6-3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체류자격별 안내 매뉴얼’이 혼인단절자를 ‘사망·실종·이혼’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할 뿐 법률상 이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매뉴얼도 제목에 ‘이혼’을 썼을 뿐 본문에서 시행령의 적용범위를 제한하지 않았고, 제출서류에 이혼판결문뿐 아니라 소장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이혼소송 중에도 혼인단절을 심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내용이므로, 이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F-6-3 자격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
남은 문제는 신청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혼인이 단절되었는지였습니다. 법원은 이 요건이 외국인 배우자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파탄된 경우만 인정한다면 외국인은 체류자격을 잃을까 두려워 이혼할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지고,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별거가 시작된 책임을 판단하면서 법원은 한국인 배우자의 친정 이주가 부부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살폈습니다. 배우자는 자녀를 데리고 일방적으로 친정으로 옮겼지만, 신청인의 직장과 부부의 생활 근거지는 서울에 있었습니다. 이주하면 배우자의 부모와 함께 살게 되는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데도 이를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신청인이 뒤따라 이주하기로 약속했다는 배우자의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신청인이 약속을 어겨 별거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우자의 일방적 결정으로 별거가 시작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별거 이후 동거가 재개되지 않은 사정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신청인은 서울에서 함께 살 것을 계속 요구했으나 배우자는 신청인이 제안한 주택에서의 동거를 거절하고,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면 친정에 머물겠다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배우자가 부부의 경제적 형편이나 외국인 근로자인 신청인이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러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신청인이 별거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생활을 포기한 책임을 돌리기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신청인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보내 온 양육비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로는 부족했지만, 파탄의 책임을 판단할 때에는 별거 후에도 자녀에 대한 부양을 이어 왔다는 사정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인 배우자는 자녀가 아버지와 계속 교류하기를 희망하는데도 신청인의 국내 체류에 반대하여 파탄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평가되었습니다. 법원은 이처럼 별거를 초래한 결정, 동거를 다시 시작하지 못한 이유, 별거 후의 태도를 살핀 결과, 출입국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지 않다는 처분사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시사점
F-6로 체류하던 중 혼인이 파탄되어 이혼소송이 끝나기 전에 체류기간 만료를 앞둔 외국인이라면, 한국인 배우자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는 사정을 근거로 F-6-3 요건에 따른 연장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이혼판결이 아직 없다는 이유로 해당 자격의 심사를 배제하는 판단을 다툴 근거가 됩니다.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법원이 증거를 토대로 직접 판단하는 체류자격 요건입니다. 출입국청에 허가 재량이 있다는 이유로 이 요건에 대한 심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에서 신청인과 출입국청은 각자 유리한 평가요소를 주장·증명하고,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지 않다는 처분사유의 증명책임은 출입국청이 부담합니다. 신청인은 배우자가 진술한 별거 경위를 실제 협의 내용과 대조하거나, 직장·소득·주거 조건에 비추어 동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지를 밝혀 출입국청의 책임 평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한국인 배우자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면, 혼인단절에 따른 체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의 연장불허는 취소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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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제도 안내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체류자격에 관한 판단은 체류 이력, 소득, 계약 관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의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 법무법인 로연 출입국이민법센터(lawyeon-immigration.com)로 상담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